일상

척하기

하우마치 2024. 2. 21. 15:29

장례를 내가 직접 겪는 것은 처음이다. 얼마 전 30년을 친하게 지낸 아주머니가  돌아가셔서 그곳에 다녀온 게 내가 알고 있는 장례에 전부다.
상복으로 갈아입고 앉아있었다. 아들들은 모두 부고를 돌렸으나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부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례지도사는 문상객이 언제  올지 모르니 모두 자리를 비우지는 말라고 했다. 아들들이 뿌린 세금고지서가 도착한다. 화환이 들어오니 서로 자신들과 연관된 화환이라며 좋아라 한다. 나 보고는 문상객 조문도 받지 말란다. 그럴 거면 왜 장례식장에 있으란 거지,
부고를 돌리지 않아 내게 올 사람이 없어서 인가 기분이 안 좋으나 며칠이니 참아본다. 계속 거슬리는 큰아들의 행동. 눈물을 흘리는 척은 하지만 즐거워 보인다. 그간 아버지와 엄마의 경제적인 상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큰아들에 대한 두노인의 신뢰는 큰아들이 지금을  만들었다.
아파 누워 경제권을 행사할 수 없던 아버지는 자신이 모두 맡아서 하던 은행업무 통장과 비밀번호 집 계약서등을 모두 큰아들 내외에게 맡아서 관리하도록? 한듯하다. 나와 동생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듣지 못했고 아이가 된 엄마는 말하지 못하고 큰아들 내외의 이야기는 그랬다. 9월부터 아팠다는 아버지 넉 달 동안 아버지가 병원비로 쓴 돈이 육천이란다. 보훈병원 응급실에 3번을 가는 동안에 비용이 15만 원이었다는데. 수술비와 간병비가 6천이라니 납득이 안되지만 나중에 사용내역을 알려주겠단다. 그사이 큰아들 내외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얘기한다. 그동안 아버지에 무조건 편들며 엄마를 본인이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그 얘기를 하니 그때는 아버지가 아프지 않았을 때라며 핑계를 댄다. 아프지 않을 때도 엄마를 몸종 부리듯 했는데 당신 몸 불편하니 더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자신들이 힘들어보니 엄마가 갑자기 안쓰러운가 아니면 자기 연민. 엄마가 아이가 되는데 많은 부분 일조한 게 본인이란 건 부정하는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은행에서 생활비를 찾아 장롱 속 서랍에 넣어두었다. 엄마는 서랍에서 생활비를 꺼내 생활하셨다. 늘 아껴 쓰라 잔소리를 듣고 살아서 그 또한 엄마에겐 스트레스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에겐 10원짜리 하나가 없다. 큰아들 내외의 논리는 인지가 떨어져서 돈을 주면 어디에 감춘다고 줄 수가 없단다. 엄마가 내게 조용히 얘기한다. 할아버지가 돈을 감추고 한 개도 안 남겨놨다고. 습관적으로 생활비 서랍을 열어봤을 엄마에게 아버지는 엄마에게 돈주기 싫어 감춘 게 되었다.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가 되었다. 오빠 내외에게 엄마의 재정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당연히 모두에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색을 하며 자신들을 못 믿냐고 다 너 줄 테니 네가 엄마도 알아서 챙기라며 난리를 친다. 나보고 직장도 다니지 말고 엄마를 책임지란 건가. 내게 떠넘기겠단 건가, 엄마 잔고를 손대서 저러나 굳이 저리 의심받을 행동을 왜 하지? 나는 동생내외에게 엄마의 재정상황을 알리고 나중에 있을지 모를 경제적 협력과 지금 자신들이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하니 짐을 좀 나눠주려는 의도였는데 본인들이 저리 정색을 하니 동생내외는 그 돈 형이 알아서 해라 나는 하나도 관심 없다면서 모든 상황에서 빠져나갈 구실을 주었다.  가계부 쓰는 중이고 나중에 보여준다는데 지금 못 보여주는 가계부는 어찌 믿으라는 건가, 얼마를 손댔길래 보여주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난리를 치르고 며칠 후 설명절이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돈 한 푼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싶어 큰올캐에게 세뱃돈은 엄마에게 두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오빠가 나서서 인지가 떨어지는 엄마에게 돈 줘봤자 집안 어디에 숨긴다 지난번에 돈도 숨겨서 못찾았디며 굳이 은행에 넣겠단다. 자기가 안 쓴다며 나는 노인 돈 없으면 자존감 없어지니 그냥 두라고 감춰도 집안에 있는 건데 엄마에게서 돈을 모두 빼앗는 건 아닌 거 같다 하니 엄마가 인지가 떨어져서 안된단다. 나는 엄마가 인지가 떨어지는 거지 뇌사상태가 아니다라며 엄마에게 돈을 주라 했다. 오빠는 내게 그렇게 자존감 걱정하는 사람이 아버지를 1년 동안 보러 오지 않았냐고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인지가 떨어지는 엄마에게 기저귀를 차고 움직이지 않는 아버지를 떠맡긴 건 아버지가 죽길 바라서인가? 아버지는 열이 나서 입원했고 알 수 없는 감염으로 여러 검사를 받고 결국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는 알까? 아버지가 움직이지 않아서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인지가 낮은 엄마에게 아버지를 내팽겨놓고 아버지가 엄마를 괴롭혔다고 얘기하는 건가. 아버지는 아프지 않았을 때도 그랬다. 엄마가 힘들어 짜증내면 아버지 편들었던 사람이 자신이었으면서  그때 좀 엄마가 힘들지 않게 말해주지. 그랬으면 아프다고 엄마를 그리 괴롭히지 않았겠지 아직 이 말까지는 차마 안 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 되면 참지 못하고 언제가 터트리게 될지도 모른다. 동생은 한 번은 나올 이야기였으니 맘 쓰지 말란다. 내가 말했다 이런 문제로 얽히느니 치매후견인을 선임하자고 돈은 들어도  엄마의 돈을  위임받아 맡아 관리 할 외부인을 쓰는 게 싸우는 모습 안 보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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