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냐.속상해서 그래

하우마치 2024. 5. 3. 15:27

동네 시장에  4일9일은 오일장이 열린다.
퇴근하고 엄마집으로 가는길은 오일장 끝물이다.
엄마에게 바람 쐬러 오일장에 구경 가자고했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엄마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닌다.  
낮가림이 있는 엄마가 모르는 사람들과 종일 앉아있는게 힘든지 매일 본인이 갔다온 곳이 어디냐며 내일은 안간다 하신다.  그런 엄마는 귀찮다면서도 오일장에 따라 나선다.집에 들어서면 혼자 문밖에 나가지않는 엄마가 그나마 길도 잃어버릴까 동네라도 눈에 익히려고 나서는 길이다. 일자로 늘어선 오일장 한 길로 올라가서 그 길로 내려오면 된다. 다리가 아픈 엄마는 두세번 길가에 앉아 쉬어가야한다. 그러면서 방향을 잃으셨는지 오늘은 반대 방향을 계속 돌아보며 "우리집이 저쪽이지 "하신다. 한 두번은 아니라고 가는길을 알려드렸는데 계속 당신이 생각하는 방향을 집 가는길이라 얘기하는 엄마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이젠 길도 못찾냐고 투명스래 말했다. 엄마는 내 눈치를 보며 "화났어? " 하신다. 나는" 아냐 속상해서 그래 엄마가 애기가 되가서." 애가 되버린 엄마는 금새 기억을 잃어버릴테지만 그래도 조금 더디게 잃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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